2020

2020 연말정산 (1) 소비

ziin 2021. 6. 5. 22:58

 

12월도 중순이 되었고, 슬슬 2020 연말정산의 시작.

테마를 크게 몇 가지 나눠서 정산코자 한다.

 

1. 소비

2. 인간관계

3. 정신상태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5. 종합 2021년엔

 

과연 올해 안에 다 반성할 수 있으련지. 부지런하지 않으면 2021년에도 과거를 청산하지 못할 위기에 처할 듯

 


[1] 소비

 

1. 섵부른 소비

 

올해만큼, 특히 올해 말만큼 소비하려고 마음이 급했던 적은 없었던 듯 하다.

지금 사지 않으면 못 산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올해.

 

왜 그랬나 했더니, 주 소비처가 바뀌었다. 기성, 대형 쇼핑 플랫폼/쇼핑몰 > 소규모 개인 쇼핑몰, 스토어팜

그거 말고도 seasonal 상품에 은근 슬쩍 관심도 상승.

기존 유명한 쇼핑몰들에서 인쇼하던 과거와 달리, 블로그마켓에서 시작하여 갓 쇼핑몰을 런칭한 자그마한 쇼핑몰들에서 뭔가를 사기 시작했다. 옷도, 물건도. 그곳의 특징들인 적은 drop 이 오픈되었을 때 사지 못하면 영영 못 산다는 압박관념이 생겨나서 뭔가 덜 재고, 덜 따지고 섵부르게 일단 사고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옷은 애증의 오도어가 그 시작.

다만 점점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아짐 + 전 크루 소장템/스테디템/꼭사템/후기템 에 모두 해당되는 제품들을 치열한 고민 끝에 믿어보자 하고 샀지만.. 정말 별로였기에 중고로 파느라 고생함..

애석하게도 이젠 그 곳에서 옷을 사는 일은 없지만, 파생된 많은 쇼핑몰이며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구매하다보니 이렇게 조급한 소비습관이 생겨버렸다.

 

정확히 따지자면, 오도어가 시작이라면 부스터는 닥터마틴의 브리튼과 미스치프 주티스 원피스.

오! 예쁜데? 하면 애저녁에 이미 품절된 상품. 심지어 중고 매물도 잘 없을 뿐더러 플미가 붙는 제품들.

이 둘을 손에 넣고자 모든 중고사이트를 뒤지고,, 뒤지고,, 또 뒤지고,, 다른사람들 도움까지 받아가며 겨우 샀다.

이때 깨달았다.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사야하는구나. 나중에 사려면 무지 힘들고 또 힘들구나.

얘네 둘을 필두로 옷 스타일도 맞춰서 변해갔을 뿐더러 옷 가격도 비싸졌다(주류에서 벗어나면 가격은 상승)

 

가장 난감한 건 Analog keeper의 플래너.

한 해를 책임지는 플래너 구매에 누구보다 신중했던 나인데.

올해의 언젠가 그 플래너를 보고, 내년 플래너로 쓸까? 구성 괜찮고 디자인 깔끔한데? 하고 생각만 했었던 걸

오픈하자마자 헐레벌떡 마음 급해서 다른 신상 플래너랑 비교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사버린 나.

막상 플래너를 받고 나니, 애매하다. 확실히 감각적이고 예쁘긴 한데, 기능적으로 조금 아쉽다.

배송을 기다리면서부터 더 기능적으로 괜찮은 것들이 하나, 둘, 셋 눈에 띄더니

이젠 현재 플래너를 쓰면서, 아 내년엔 이 메모칸이 없을텐데 그럼 불편할 거 같은데? 하며 내년 버전을 찾아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와중에 그냥 내가 마음에 드는 구성을 만들어서 그걸 다이어리로 제작할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거면 정말 뜬금없지만, 쨌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애매해지는 2021년을 위한 첫 준비.

 

 

2. 생전 없던 소장욕

 

어차피 사도 지금 못 쓰거나, 별로 안 쓸 거 아는데도 쟁여놓는 소비패턴이 생겨났다.

 

세일한다면 괜히 마음이 급해져 취업하면 나중에 회사에서, 나중에 다른 계절에, 언젠가 데이트할 때(?), (코로나시국에 아무도 안 만나면서) 친구 만날 때, 하면서 일단 사고 보는 물건들이 생겨났다. 주로 옷.

 

나는 꾸안꾸를 못한다. 무조건 꾸꾸꾸. 옷들은 화려하고, 짧고, 타이트한 걸 좋아하는 편.

근데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밖에 나갈 일도 없고, 누군가를 만날 일은 더욱 적다. 결국 헬스장 가는 트레이닝복만 입는 나날의 연속인데도 사는 옷들은 최소 이태원 강남에서나 입을 법한 파워 꾸꾸꾸 옷들. Tag도 못 뗀 낫유어로즈 탑과 셔링 원피스가 아직 옷장에 있다.

남은 겨울도 이럴 느낌인데, 또 파워 꾸꾸꾸 옷들을 잔뜩 사서 배송 올 예정이다. 그 옷들도 물론, 지금 안 사면 후회할 거 같으며 내년에는 살 수 없을 거 같다는 이유로 긴축재정을 넘어서 소득 0인 현 시점에서 결제된 옷들. 과연 개시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내 나름대로 유행을 타지 않는, 내년에도 예쁠 거라고 생각되는 옷들이긴 하다. 그래도 어쨌건 내년에는 또 내년의 예쁜 신상품들이 나올텐데. 과연 나는 이번 소비를 후회하지 않을까.

 

내가 봐도 조금 독특한 GUKA의 투피스. 솔직히 이거 사도 10번 입으면 잘 입었다고 생각될 만큼 활용도가 낮은 옷인데, 사고 싶은 마음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 눈엔 너무 예쁘다. 어째어째 욕구를 눌러담아, 어차피 지금 사도 못 입는 옷. 혹시 나중에 시즌오프 세일로 올라오면 그때 살까? 하는 생각으로 구매를 미루고 있다. 그러다 전의 주티스 원피스나 브리튼같이 품절되어버려서 구하기 무지 힘들면 어떡하지? 심지어 그것들은 인기템이었지만 이건 인기템도 아니라 중고 매물 찾기도 어려울 거 같은데? 라는 마음의 충돌 중.

 

와 나 2달은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여기 원피스 구매로 인해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음. 사고 싶은데 비싸다는 내용이 주), 이 브랜드를 알게 된 지 3주 남짓 되었다니? 방금 깨닫고 내 자신에 대해 너무 소름이 돋는다. 뭐지 나..? 

 

3. 쾌적한 생활을 위한 욕구

 

그저 '있으니 되었다' 에서 '더 좋은', '더 편하기 위한' 소비를 원하기 시작했다.

아직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좀 어마무시해질까봐 미리 반성하기로 한다.

 

접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목한 접시들밖에 없고 그나마 금이 가고 이가 나간 게 많아졌다는 이유로 평평한 접시들을 왕창 샀다.

운동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조깅하고 산책 겸 걸을 때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런닝화를 구매했다.

현관 앞에 바로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아, 미관상 아름다운 (비싼) 쓰레기통을 구매했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 계속 침대로 회귀하는 것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는 이유로 귀결되어 편한 의자나 작은 소파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또 13인치 노트북의 화면이 계속 답답해 큰 모니터 화면이라도 하나 사서 HDMI로 연결할까. 키보드를 살까. 하며 조금 더 편하게 뭔가를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이사를 갈 때, 짐이 늘어나는 게 노이로제 수준이라 무언가 사고싶어도 그 마음을 누르고 눌렀다.

근데 2년 연장이 결정된 이후로, 그리고 어차피 이제부턴 용달차를 불러야만 하기 때문일까. 짐을 늘리는 것을 이전보다 덜 신경쓰기 시작했다.

이 마음이 2021년에는 더욱 더 큰 소비욕을 불러울까 두려우니, 미리 반성해서 방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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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및 다짐

 

위 모든 문제는 결국 두 가지 원인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1. 지금 사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는 조급한 마음가짐

2.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더 나은 내 자신이 되는 거라는 만족감 추구

 

불행인지 다행인지, 10월부터 2주마다 갱신하며 포스트잇에 끄적이던 Buying List의 최종보스들은 거의 구매해간다. 그냥 마저 다 사서 이 미련을 떨치고(?!) 이제 내 관심을 소비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 너무 지친다. 뭘 사고 말고 고민하는 이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지친다. 그냥 사고 그만 두고 싶어...

 

최근 동생에게 이 문제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웃긴 게, 그렇게 한 번 털어놨다고 그 다음날부터 내 문제가 조금 객관화되었다.

전까지는 정말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계속 그걸 사야 해, 말아야 해, 치열히 고민했었는데

후에는 아, 그거 사고 싶긴 한데. 좀 나중에 사지 뭐!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는 정도?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그 원인을 알아가는 게 해결의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게 체감되었다.

 

그리고 이 '소비'에 대한 집착을 끊고자 좀 더 다른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요즘 정보를 접하는 것들의 95% 이상이 소비와 관련된 것들이기에,

일부러라도 다른 부분의 정보를 찾고, 다른 것들을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소비에 대한 관심도를 낮추려고 한다.

계속해서 관련 소비, 특히 옷과 스타일에 관한 것만 접하다보니. 그렇게 꾸미고 그런 스타일을 갖춰가는 것을 더 나은(예쁜? 힙한? 트렌디한?) 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외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면이다. 조금 더 내적으로 알찬 내 자신이 되어야 그 스타일을 하고 다녀도 (내가) 인정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지금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 약간 인스타 쿨병 말기에 돌아버린 느낌에다가 노출도 많아서 자칫하다간 되게 이미지가 저렴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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