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연말정산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ziin 2021. 6. 6. 08:35
홍보대사마냥 들고다녔지만 엄청 맛없음

2020 연말정산
1. 소비
2. 인간관계
3. 정신상태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5. 종합 2021년엔

사실 이 정산이 무슨 의미겠냐고, 그냥 안할 거라고, 집어 치우라는 생각이 강했던 30일, 31일
하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정진하고. 반성 없이는 발전도 없다.
시간낭비처럼 보여도. 의미없어 보인대도. 나는 나 자신을 바로볼 의무가 있다.
그게 보잘 것 없는.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내 2020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1. 노력 또한, 질량 보존의 법칙

존버. 존나 버틴다.
올해는 내 모든 것들이 사실 이 한 단어로 축약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향의 노력이 가득했다.

지금까진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그걸 위해 퀄리티를 쌓아가고 될 수 밖에 없을 이유들을 더해가는 방식의 노력이었다면.
올해는 그냥, 어디든지 가기만 하자, 될 때까지 한다라는 식의 무작위 게릴라성 노력들이 즐비했다.

그 이유는 이젠 이게 내 최선이라는 생각이,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노력들을 더한 내 이력서가, 자소서가 나의 최선이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더이상의 무언가를 갖출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정도 양산형 틀을 만들어두고, 쓸 수 있는, 쓸만한 곳들에 무작위로 지원했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올해 별로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그저 버텼을 뿐이지.
지금까지 내가 했던 방향들의 노력은 사실상 거의 없어서일까. 내가 올해 무슨 노력을 했던가, 생각했을 때 딱히 말할 게 없다.
분명 그 양산형 틀을 만들기까지의 노력들은 있었지만, 그 이후 게릴라 지원에서만큼은 복붙의 향연이어서였을까. 딱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공고 하나하나에 들인 노력이 적어서 결국 난 체감하지 못한 걸까.
결국 내 노력의 양은 정해져있는데, 작년의 3배 이상의 공고에 지원하다보니 전부 분산될 수 밖에 없었던 걸까.
애초에 작년만큼의 노력의 양만큼 난 올해도 노력했던 걸까.
노력 또한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는 걸까.
답을 내릴 수 없는 의문만이 가득하다.

몇 개의 공고에 지원했는지, 그 숫자는 그저, 나에게 그래도 취업의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라는 정도의 위안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말 나는 간절히, 애타게 노력하고 갈구했나?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어디든 간다. 될 때까지 한다. 라는 생각으로
쓰기 싫었던 공고를 꾸역꾸역. 자존심 내려 놓고 꾸역꾸역 자소서를 썼던 기억은 있다.
이것만으로 나는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목표를 잃은 노력. 그래서일까, 덧없는 성취

꾸역꾸역 토해내듯이 쓴 자소서들 중에 몇 개는 면접의 기회까지로 이어졌다.
이건 되겠지, 하는 게 안 되고. 설마 이게? 하는 건 되고. 곧 3년차에 접어드는,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이지만 취업 시장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서류 합격률은 7% 남짓.
그럼 나는 상식적으로 드물디 드문 이 서합들이 너무도 소중해,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합까지로 끌고 갔어야 한다.

그런데 왜일까. 놀랍고 소중하지만, 장밋빛 미래도 그려보게 하지만, 실제 엄청난 노력까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면접의 준비를, 누가 봐도 참 거지같이 했다. 면접을 복기하다 보면 취업 초반 때보다 요즘 면접을 더 못 보는 거 같다.

이유는 두 개 정도다.

1) 스터디를 하지 않음
: 짬이 차다 못해 흘러 내리는 나는 요즘 어지간한 스터디 가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오만한 태도라는 거, 인정한다. 그런데 정말 시간을 낭비하는 중이다는 느낌만 가득히 받게 되어, 스터디를 이젠 잘 가지 않는다. 칭찬을 받고자 가는 게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서 가는 스터디인데. 개선점을 짚어주는 스터디를 찾기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일까, 면접 답변 연습을 안하다 보니 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이건 혼자서 영상을 찍으며 연습하면 되는 건데. 이걸 안 한다, 나는.

2) 단점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채, 방어적인 태도만 취하다 보니 오히려 장점마저 퇴색됨
: 오랜시간 함께했던 스터디 리더 오빠를 통해 내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알았다. 장점은 자신감 있어 보임. 단점은 겸손하지 못함. '신입이 일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 결국 태도다. 겸손히, 그렇지만 단단한 태도로 임해야하는데 너는 너무 네가 일 잘한다는 걸 어필하려고 한다. 그래봤자 그들 눈에는 병아리가 삐약대는 걸텐데. 그러니 좀 더 겸손한 태도를 추가하자.' 라는 조언을 듣고 공감했다.
그런데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애매하게 태도적인 부분을 어필하려고 하다 보니. 직무 역량 면접에서 다들 자기 능력 뽐내고 있을 때 나는 애매한 사례 들면서 애매한 태도를 어필하더라. 차라리 그냥 일 잘한다고 직무역량 다다다 어필하는 게 나았을 수준으로 장점도, 단점도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게 되고.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만 짓다가 1차 면접에서 죄다 탈락했다.

사실 나는 이 이유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있다.
노력하지 않아서다.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인데, 그저 면접이 차일피일 다가오는 것만 느끼며 침대에서 뒹굴대다가. 전날 저녁에서야 겨우 면접 대본 대강 맞춰보고. 당일에 자기소개 달달 외우다가 면접에 임했다. 긴장하는 성격인 내가 준비도 제대로 안 해갔으니, 임기응변을 뭐 얼마나 유창히 잘했겠는가. 당연히 결과는 탈락.

왜일까. 나는 왜 이렇게 준비하지, 노력하지 않는 걸까. 믿는 구석이 없다는 건 애저녁부터 알고 있음에도 대체 왜.

성취가 소중하지만 덧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분명 힘들게 성취한 소중한 기회인데도, 참 덧없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여기서 합격한다고 한들, 앞으로 펼쳐질 나의 커리어들에 대해 회의감과 의문만 가득하고.
그저 '어디든 합격만 하자'라고 목표를 세웠었지만, 사실 나는 아직 '어디든'이라는 정도로 욕심을 포기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내 성에 차지 않는 회사들의 면접 노력을 미루며 시간을 죽이다가, 발등에 불 떨어지는 순간에 겨우 구색만 맞춰서 면접장에 들어갔다.

안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산업의, 직무는 다이렉트로 갈 수 없다. 이젠 인정할 때가 되었다. 학벌도, 학점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모든 것이 다 부족하다.
그래서 난 이제 돌아가는 방법을 취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참 쉽지가 않다. 거기서도 거부당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대체 난 눈이 어느정도로 높았던 걸까, 꾸지 못할 꿈을 꾸며 시간을 낭비하며 가능성을 점점 낮춰가고 있었던 걸까,하고 종종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무작위로 지원하게 된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다 보니, 할 말이 없다.
다른 산업의, 다른 직무를 지원하다 보니 내 이력들은 애매히 빗나가서, 계속해서 퍼즐을 끼워맞추는 변명 거리만 준비하게 되었다.
썩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재밌지도, 기대되지도 않는 작업의 연속들. 그래서 계속 미뤘나보다. 하기 싫어서.

한 번 더 과거로 파보자면,
나는 사실 이노베이션 면접 이후 모든 의욕을 잃은 듯 싶다. 치트키로 얻은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고(사실 여기에 대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최선의 면접을 보았고, 장렬히 떨어졌다.
가장 열망했던 목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떨어졌다. 그때의 상실감에서 난 사실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보다. 그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렇게 노력해서 열심히 면접 봐도 떨어지던걸.

그리고 이젠, 그정도로 열망하는 목표가 아니라면 그렇게 노력하지 못하겠다. 그정도로 노력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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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및 다짐

성취.
성취를 위한 노력. 노오력. 노오오력.
노력을 위한 의지, 근성

내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관인만큼 글이 길어졌다.
단언컨데 성취가 내 삶에 있어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성취. 그리고 노력, 의지, 근성. 적신호가 켜진 지는 이미 오래(2년도 더 된 듯).
이젠 고장나서 과연 이걸 고쳐서 쓸 수 있을 지, 버리는 수밖에 없는지 고민할 단계가 된 듯 하다.

버릴 수도 없고. 고쳐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참, 그냥 버리고 새거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의지와 근성을 새걸로 바꿔끼면 노력도 쉬울테고, 그럼 성취할 수 있을 테니.

내 의지와 근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뭘까.
일단 나 자신의 힘만을 믿는 건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지난 2년 간의 실패 사례가 증명한다.
그런데 이걸 내 자신의 힘으로 회복하는 게 아니라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 걸까. 기숙학원에 들어갈 수도 없고. 24시간 붙어서 나를 조련할 사감을 고용할 수도 없는 일인데.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다면 어쨌건 나는 이걸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2년 전, '해야할 일이 많은데 하질 않아요. 계속 미뤄요. 생산성이 너무 떨어집니다'라는 주제로 상담을 받은 적 있다.
상담사님은 이성보다 감정을 우선시하는 게 먼저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감정이 고장난 상태라고. 계속해서 억눌려왔던 감정이 지금 고장나서 폭주하는 상태라고. 나의 불안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라고 하셨지만, 그건 뭔가 내 고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막상 급하게 중요한 취업이라는 목표보다 내 감정케어를 우선시할 용기도 안 생기고. 그래서 참고만 하고 살아왔는데. 그때 결국 내 상담의 결과물이 뭐였더라?

그나마 타인, 전문가의 유일한 조언이 저거였는데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생각나는 건 더욱 더 나를 타이트하게 옥죄어서 의지와 근성을 비틀어 짜내어, 해야만 하게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뿐. 하지만 수많은 실패 이력들이 역시나 이건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저 강렬한 목표를 세워서. 열망할만한, 내 자신을 갈아넣을 만한, 시간만 나면 그걸 생각할 만한 목표를 세우고. 그만큼 나를 옥죄어서 의지와 근성을 생성해 노력의 노력을 채워 넣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 나는 글러먹은 걸까.

취업에 있어서 그 강렬한 목표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어디든 간다'라는 목표는 허울이 좋았을 뿐, 내 열망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는데.
아니, 3년차에 접어드는 이젠 다르려나. 모르겠다. 그냥 눈 앞이 좀 깜깜해서. 이젠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사실은 좀 막막해서.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 조차 난 조심스럽다. 계속 사기업을 추구해야하는지, 이젠 금융권 공기업인지, 아니면 취업이 아닌 다른 걸 준비해야하는지. 모든 게 막막하다.

하지만 난 변화를, 성취를 위해선 뭐라도 하나 개선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왜이리 막막하지.

그냥 스터디카페든 도서관이든 뭔가 공간을 바꾸거나, 인증 스터디 뭐 그런 걸 들어서, 일단 책상에 앉아있게끔 강제라도 해볼까.
그럼 뭐라도 하겠지. 노력에 드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했던 나인데, 시간을 강제하면 좀 더 뭔가를 하지 않을까.

태생이 그른 건지, 나는 이렇게 나를 옭아매어 쥐어 짤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야 행동이 시작되고, 목표가 정해진다면 자연스럽게 의지와 근성이 생겨날 것 같아.

지난 1년간 생각해 본 대안책 중에 제일 맘에 든다. 강제할 수단 만들기. 강렬한 목표는 조금 나중에 생각해볼까. 지금 이렇게 글로 적기엔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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