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연말정산 (5) 종합 2021년엔

ziin 2021. 6. 6. 08:35

맛좋은 러시아 케이크

2020 연말정산
1. 소비
2. 인간관계
3. 정신상태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5. 종합 2021년엔



[5] 종합 2021년엔

1. [1]~[4]의 반성&다짐 모음

이렇게 시리즈물 수준으로 챕터 나눠서 반성한 건 처음이라.
내년에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한 번에 모아보기.

 


[1] 소비

- '소비'에 대한 집차 끊고자 다른 것에 관심 두기

- 외면보다 내면 가꾸기에 집중하기

 

[2] 인간관계

- 일을 하고 바쁘게 지내서 만남의 즐거움 회복하기

- 오랜시간 함께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기대감 형성하기

- 이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이상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여 타인과의 거리감 좁히기

 

[3] 정신상태

- 내가 뭘 하면 기분 좋은지에 대해 관찰하기

- 작게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며 스트레스 관리법 발견하기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 ASAP

- 강제할 수단 만들기(공간, 인증스터디 등)

- 열망할만한 강렬한 목표 세우기



와우. 많기도 하여라.

근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좀 신기하다.
소비와 성취에 관련된 다짐은 마음에 드는데, 인간관계와 정신상태에 대한 몇몇 다짐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에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하며 똥고집 부리지 말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한 주제에, 나도 어딘가에서 '아닌 거 알지만 이게 나인걸'하며 비틀린 나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는 걸까?

특히 인간관계 부문에서는 뭔가 크게 문제를 느껴 개선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한게 아니라,
세간에서 내가 해당하는 유형은 어떠한 특성들이 문제고 고쳐야한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만든 다짐이라서 그런가. 다짐만 모아놓고 보니 굳이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야 하며,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살짝 든다.

그래도 최소한, '이미지'의 추구가 아닌 나 자체의 이상향을 추구하며 정말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거리감의 문제는 이전에 연애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느꼈던 적 있기 때문에 노력하기로 한다. 하지만 기대감은...? 아쉽지만 2021 다짐에선 제외하도록 한다. 안 그래도 할 거 많아서, 이건 우선순위 제외다. 남들이 하라니까 하는 거 챙기기엔, 지금 내가 느끼는 문제점 고치기도 바쁘다.


2. 2020 마무리, 2021을 시작하며

사실 지금은 1월 2일. 작년의 과오를 새해에도 짊어지는, 지극히 '나'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 미루기로 어디 가서 절대 안 지고, 벼락치기 아니고선 일을 해 본 적 없으니까.
다만 더 최악인 건, 그래도 데드라인은 늘 준수했는데 이번엔 한참 오버네.

사실 30일, 31일에 막판 스퍼트로 글을 올려대며 2020년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또 그날 와장창 서탈해서. 개중에 여긴 되겠지, 전기차잖아, 하며 조금 희망과 기대를 걸었던 분야도 처참히 떨어져서.
이렇게 나 혼자 나 자신을 열심히 탐구한 들. 그걸 뭐 자소서나 면접에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게 사실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뭐 나아진 거 하나 없으니까 그나마 좀 자기만족 하려고 굳이굳이 사소한 것들 찾아서 합리화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냥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니까, 이게 다 무슨 의미고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서 그냥 안 썼다. 속상하고 우울한,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고, 나 지금 한심하고 부족한 거 안그래도 아는데 굳이 의미없는 글 써제끼면서까지 그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그리고 그렇게 내 약점을 파고든다고 한 들, 그게 뭐 대단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와중에 12월 31일. 분명 새해 인사 카톡으로 잔뜩 올 텐데. 다 꼴보기 싫었다. 카톡 아이디 자체를 지워버릴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니면 최소한 상태메시지로 카톡을 하지 않는다 만이라도 표시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남들 눈에 쟤 취준 오래 하더니, 역시나 쟤도 멘탈이 무너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 싫었다.
그렇다고 오는 카톡 다 받으며 취업 아직 못했다고 몇 번이고 말하면서 남들의 동정 받기도 싫었다.

그래서 먼저 선수쳤다. 인스타 스토리에 취업하지 못했다는 근황 짤막하게 올리며, 새해인사를 먼저 개인적으로 하지 못해 미안하고, 그렇지만 2020 감사했고 2021 복 많이 받으라는.
와중에 '취업을 못했지만 나는 아직 멘탈이 튼튼해요'를 어필하기 위해 엄청 씩씩하고 용기있는 느낌의 글과 사진들. 사실상 카드뉴스 식의 하나의 콘텐츠를 구성했다. 나는 여전히 멋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참 멋진 사람이라는 칭찬과 응원이 담긴 많은 DM들, 의도치 않게 같은 취준생인 친구들로 하여금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는 DM들도 받았다. 한국식 감동 주는 기승전결 스토리라인 짜는 데 나 소질 있는 거 같아ㅎ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나 또 멋진 척, 이상적인 이미지 만들고 있네. 실상은 이렇게 긍정적이고 용기로운 생각 하는 거 아니면서. 해도 안 된다, 다 포기하고 싶다, 땅굴 파면서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해서 사람들 만나기도 싫어하면서 정말 이미지 열심히 만들고 있네. 이미지 그만 챙기고 정말 그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던 거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대로 끝내버리면 정말 나는 그냥 계속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실상은 자기 반성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주제에. 용기롭고 긍정적인 건 무슨.

그래서 어서 연말정산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은 누군가를 위해서(물론 유일한 독자가 무지 보채긴 하지만) 쓰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거니까.
부족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어떤 형태로서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게 멋진 사람인 거니까.
이게 정말 내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의도치 않게 연말정산을 끝마치기도 전에, 2020년의 다짐 내용을 실천하는 2021년을 시작하고 있다.
마지막 글이니까, 자기합리화라고 해도 좋다. 이 합리화가 앞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지의 trigger, 그러니까 도화선만 될 수 있다면.

-

취업을 한다면, 난 2020년 취준 시기를 이렇게 부를 거다.
앞으로 그 어떤 시련이 와도 부서지지 않을 멘탈의, 끝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며 준비하는 태도의 시발점이라고.

그리고 2021년은,
오랜 기간 고민했던 노력과 의지, 생산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외유내강의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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