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10607: 미룲

ziin 2021. 6. 7. 23:29
어느새 입사 100일

백일 간,
알아가기 위해,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이 지나니
내 고질적인 문제점이 업무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는 기미가 보인다.

그러면 안 되기 바로 직전, 딱 거기까지 일을 미룬다. 나는.
학교 시험에서, 자소서 제출에서 늘 데드라인의 끝까지 촌각을 다투던 습관은 회사에서도 발현되었다.

업무에서조차도 싫은 말, 아쉬운 말, 부탁의 말이 아직도 어렵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이, 끝없는 협조들로 이루어진 나의 업무들.
고객도, 협력사도, 협업하는 같은 회사 사람 조차도 아직 어렵다.
더군다나 논하는 대상 또한 이전의 것들보다 훨씬 민감해졌다. 직접적인 시간과 비용에 대해 말하다보면 득과 실이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싫은 말 하기가, 부탁하기가 더욱더 하기 싫은 일이 되어간다.

그래서, 조금씩 미뤘다.
와중에 미뤄졌던, 애매한 데드라인을 가진 일들이 미처 손대기 전에 한 단계 심화되어 눈 앞에 재등장한다.
더욱 더 난이도가 올라가버린 하기 싫은 일들.
잘 몰라서 물어보려고, 킵해뒀다는 변명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를 깨달은 건 지난달.
그래도 마감이 바쁘니,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쳐내느라 또 한번 미루고,
6월 초는 미룸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업무 스타일을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룬 일들을 치워버리는 기분은,
사실 그 상쾌함과 후련함이 선명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마음의 짐이, 매주 수첩 한 귀퉁이에 적히던 할 일들이 조금 덜어지는 느낌.
그나마도 매일매일 그런 일들이 새롭게 쌓여가니 줄어드는 속도의 체감이 더디다.

그렇지만 이를 방치한다면 언젠가 이 습관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되리라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일.
부디 이 업무습관의 개선이,내 삶의 습관의 개선으로도 이어지길.
더 나은 자신을 미루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가길.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912: 낯설어  (3) 2021.09.12
210802: 일단 움직여보자  (1) 2021.08.02
210704: 시간삭제_왜?  (1) 2021.07.04
210301: 변화는 생각보다 느리다  (0) 2021.06.06
210214: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0) 202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