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40401: 잘 먹고 잘 먹은 3월

ziin 2024. 4. 1. 23:12

왜인지 길고 길었던 3월

3월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기억을 되짚자니 굉장히 아득한 옛날 같다.

 

사진첩을 보니 유난히 많은 음식 사진

잘 먹고 살았던 3월인가봐

 

여행 가서 먹은 것들

 

 

월초에 떠난 태안 부여 경주 여행

이젠 어지간한 국내여행 도시들은 다 다녀온 듯 하다

안 가본 곳 위주로 고르다보니 나온 루트

 

사부작 사부작 때이른 추위를 뚫고 여기저기 쏘다닌 여행

제일 인상깊은 음식은 다름아닌 태안에서의 포장 회

 

모듬회에서 이렇게 부위를 스티커로 붙여주는 친절함 처음이야

거기에 회양념 4종세트가 한 번에 포장된 센세이션도 처음이야

떡실신하여 감동 또 감동하며 먹어치웠던 저녁

 

 

오랜만에 친구커플과 함께 글램핑

늘 그렇듯 엄청난 준비성으로 캠핑음식 퀄리티를 10단계는 높여주는 감동

버터 치즈 초장양파 가득한 가리비도 존맛

타이거새우 처음 먹어보는데 진짜 엄청 크다. 맛은 새우맛

 

한참 맛있게 먹다가 10시쯤 졸려서 나 혼자 슬쩍 도망가 취침

체력이 쓰레기가 되었어

 

회사에서 (공짜로) 먹은 것들

 

 

몇 십년만에 뜬금없는 전사행사

몇 백명이 모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아직도 대체 왜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인당 15만원짜리 호텔 도시락도 먹어보고 ^^

 

맛은 있었지만 이게 15만원...?

그냥 돈으로 주세요

 

행사 끝나고 50명의 아저씨들과 난생처음 90년대 회식

작년까진 여초 스타트업 회사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90년대 개꼰대) 회사에 다니는 느낌이다.

 

 

그리고 법카 찬스로 먹은 것들

 

유난히 법카 찬스가 많았던 3월

(강제)회식과 다음날 팀장님의 위로용 법카 해장 점심

그리고 업무가 좀 정리되니 줄줄이 잡히는 고객사/협력사 중식

 

내돈내산 하기엔 애매히 비싼 음식들이라 더 맛있었다ㅎ

 

 

회기의 추억을 공유하는 외대러들 사이에 끼어

회사 점심시간에 회기에서 라면을 먹는 날이 오다니

 

대책없는 금요일 회기 라면 대장정

(차 막혀서 2시간 걸림)

 

좌충우돌 대장정도,

익숙한 대학시절 골목들도,

그 언젠가의 대학생스러워 즐겁고 뭉클했던 3월 어느 금요일의 점심시간

 

기념일에 먹은 것들

 

 

3주년

 

오래 만난 것 같은데 막상 3년 밖에 안 되었나? 싶다가도

그게 내 사회생활 경력이라는 걸 떠올리니 나 정말 애송이구나

 

언젠가 태세계에 나온 랍스터를 보며 기약했던 바이킹스워프

둘 다 킹크랩은 처음이라 두근두근 하며 갔다

 

근데 킹크랩을 삶아줘서 그런지 게보다 더 탱글(딱딱)해서

먼가 찐 대게살이 더 맛있는 거 같았음

 

 

구래도 평소에 맛보기 어려운 비싼 식재료들이 많은 뷔페라

인당 15만원 정도 가격이 납득되는 수준이었다

해산물 좋아한다면 만족스러울 듯

 

급작스레 입맛을 끈 바질페스토 토마토 크림치즈 조합

진짜 미친 맛 맨날 먹고 싶어 3접시 먹음

 

 

투썸에서 사라져 슬펐던 TWG 1837블랙티 발견

투썸에서도 6천원 받던 이 티를 주신다구요? 눈물 광광.. 

향긋한 과일향이 감미로운 블랙티라 최애 홍차

 

커피도 폴바셋 입점해서 만들어 준다

고급느낌 쏘 굿

 

평일 기념일은 맛있는 식사로 갈음

사실 바로 전 주에 여행도 다녀왔고 / 가까운 예정도 있고 /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기엔 둘 다 성과금도 없어 비루한 연초라 그냥 다 패스

 

받은만큼 줘야하는 부담이 있는 지라 요즘은 선물 받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만들어 먹은 것들

 

 

아빠가 지겹도록 말하던 시장 반찬 사와서 집밥 먹어라,

10년 만에 나물반찬 사서 비빔밥 만들어 먹어보는데 맛이 없음

 

근데 또 이 반찬들 나한테 하라고 하면 못하지

저렴한 가격에 사먹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자

 

 

냉털 목적의 최초 도전, 우삼겹 파스타

진짜 우삼겹 이렇게까지 기름 많고 이렇게까지 느끼할 일인가

절대 네버 구매리스트 우삼겹

 

먹는 거 말고 다른 얘기

 

 

기후동행카드,

청년할인 받는다고 치면 알뜰교통카드보다 이득이라 사용 시작

어차피 서울 시내만 돌아다녀서 만족하며 사용 중

(심야 N버스 마저도 사용 가능.. 그저 갓..)

 

어렴풋이 느껴지는 내 서른

정말 이제 내가 20대가 아니라는, 그 눈부신 텐션과 감정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게 문득 체감된다

 

내 자신을 꾸미는 것도, 핫플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저 귀찮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저 집에서 혼자서 사부작거릴 때 가장 편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력은 아직 초등학생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거 같아 최근 현타가 왔다

 

아직도 생생하다.

밤늦게 학원 끝나고 친구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을때면 매번 제일 저렴한 전주비빔밥을 먹었던 초등학생,

저녁급식이 맛없다는 친구들에게 겨우 끌려온 편의점, 다들 이것저것 집을 때 다이어트를 한다며 컵라면 하나만을 계산하던 고등학생

몇 천원, 몇 백원 차이에도 연연하는 내 자신

 

서른이 된 지금, 내 손으로 돈을 번 지 6년 째인데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취향을, 기분을 위해 선뜻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5천원 미만

통 커진 건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한 밥값, 술값, 선물값 뿐

 

딱히 목표한 금액도, 아끼고자 하는 대단한 이유도 없는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소비를 억제하고 궁상떠는 내 자신을 보니

얼마를 벌든 평생 이렇게 살 것 같아서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펑펑 써대면 내가 즐거울까? 생각만 해도 결국 의미없을 지출들이라 아깝다

 

함께하는 여행비, 선물로, 술값으로, 밥값으로 십 몇만원씩 턱턱 지출해대면서

나를 위한 소비라면 5천원짜리 샐러드도, 2만원짜리 셔츠도, 6만원짜리 운동화도 계속 망설이는 내 자신

 

소비관을 바로잡아야 하는 거겠지

아니 SNS를 정말 줄여야겠다, 이 모든 금전적 박탈감의 근원은 확실히 SNS 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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