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 연말정산 (1) 피드백

ziin 2022. 1. 3. 22:31

살까말까하면 결국 산다. 그렇다면 아이패드도…?


사실은 오기였을 거야,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써내려갔던 2020 연말정산.
그 다짐들이 얼마나 2021에 반영되었을지 확인해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1] 소비

'소비'에 대한 집착 끊고자 다른 것에 관심 두기
: 성취와 달성을 갈구하던 2020, 그 불똥이 아무래도 소비에 튄 건지 싶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소비욕.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크게 필요한 것도 없고. 작년에는 그렇게도 옷 예쁜 게 많더니. 올해는 사려고 해도 예쁜 게 없어!


면보다 내면 가꾸기에 집중하기
: 사실 내 자신을 가꾸지 않았던 올해. 굳이 고르라면 내면을 좀 더 신경쓴 거 같지만, 정말 외면을 놓았다.
근 5년만에 처음으로 운동도 하지 않고, 기타 등등 외모를 위한 노력이 0에 수렴하는 상태.
오히려 처세술 및 태도, 그리고 미루는 습관을 조금이나마 개선한 한 해.


[2] 인간관계

일을 하고 바쁘게 지내서 만남의 즐거움 회복하기
: 역시 내 일상에 활기가 도니, 만남도 꺼려지지 않는다. 다만, 전처럼 즐겁지가 않다.
왜인가 하니, 난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인데. 내가 하는 일이 재밌지도 않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딱히 관심있지 않아서?
다른 화제로 말하기는 썩 힘들다. 연예도 정치도 시사도, 그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막힘없이 이야기할 만큼의 지식도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회사사람들과 결론 없는 일 얘기(그마저도 대부분은 불평불만)를 할 수도 없는 노릇. 대화의 폭을 넓혀야 할 때인가, 싶다.


이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이상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여 타인과의 거리감 좁히기
: 내가 왜 이런 다짐을 했더라? 이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걸 보면,
항간에서 '이런 유형은 이런 점을 고치면 좋아요' 라는 분석을 그대로 나에게 적용하는 건 아직 그 필요성이 와닿지가 않나보다.
회피형은 타인과의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고 해서 이런 목표를 세웠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굳이?
그냥 이게 문제처럼 느껴지면 그때 고치기로 할래.
그래도 작은 변화는 있다. 지금 남자친구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한심한 나도 곧잘 공개하는 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개되어버린 나의 한심한 모습들을, 사실 어떻게든 포장해서 꾸며내고 싶지만, 한 번 참아보는 변화가 생겼다.


[3] 정신상태

X 내가 뭘 하면 기분 좋은지에 대해 관찰하기
X 작게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며 스트레스 관리법 발견하기
: 방향 없는 분노가, 어쩐지 쌓이기만 하는 게 느껴져, 이러다 묻지마폭행의 주범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황급히 추가한 2021 목표.
하지만 분노의 종류가, 쌓이는 속도가 변했을 뿐. 지금껏 쌓인 것들은 여전히 존재감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듯 하다.
2020년에는 계속된 실패를 만들어내는 내 자신에 대한 분노라면,
2021년에는 잘 해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내 자신에 대한 분노랄까.
다행인 건, 새로운 분노가 쌓이는 탓에 기존에 쌓인 분노들이 기억에 묻혀 잠시 잊힌 듯 하다.
사람들은 이 화를 어떻게 삭이며 살아갈까.
아직도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한 나는 그저 누워서 끝없이 핸드폰을 쳐다보는 게 가장 편하고 또 편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구원은 셀프. 내 자신을 분노에게서 구원할 방법을 나에게서 찾고 싶다.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X 강제할 수단 만들기(공간, 인증스터디 등)
: 역시 뭔가를 이루려면 나에게는 강제성이 필요하다.
큰 의지가 있지 않았던 회사일들도 '일이니까' 결국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머지 개인적 목표들은 처참하리만큼 대 실 패.
다시금 느껴지는 강제성의 필요성, 하지만 이십대 후반의 나는 그 무엇도 속박하고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넌센스.
결국 내 의지만이 나를 움직이도록 채찍질 할 수 있다는 건데, 그 의지가 불현듯 없어진 지 어언.. 몇 년 째더라..
바보같은 나는 결국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설 틈이 없을 그 때서야 발등에 불 떨어져서 해내려나.
아니, 요즘엔 그냥 타들어가는 발등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중심을 잃고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버릴 수도.


X 열망할만한 강렬한 목표 세우기
: 이젠 나도 알아. 아집이 되어버린 전기차/배터리 말고 다른 목표를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이것보다 조금 더 거시적인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 세부목표를 만들어 클리어하는 맛으로 삶을 살아가야 할 거 같은데
지난 몇 년간 실패에 젖어있어서일까, 목표를 세우기가 사실 겁난다.
열아홉 대학입시 때부터 잘못된 걸까. 혹시나 싶어, 혹은 어쩔 수 없이 세워놓은 플랜 B, C, 가끔 D 대로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
아류라고 말하면 자존심 상하지만 이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인 걸.
목표가 없었던 삶도 아니었지만 목표대로 이루어진 삶도 아니라서, 굳이 목표를 세워야하나, 생각이 들다가도
그나마 목표를 세워서 노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라도 온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
난 그래봤자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 건가라는 상실감..이.. 든다.
지겹다, 이 루트. 언젠가는 나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던 적도 있었던 거 같은데.
미화된 과거의 기억 오류일 수도.


냉정하게 말하면, 취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성한 점이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목표의 필요성을 재검토 한 다음에 2022로 이월하는 걸로.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연말정산 (2) 종합 2022년엔  (1) 2022.01.04
211114: 돌아가지 않고, 새로이  (3) 2021.11.14
210912: 낯설어  (3) 2021.09.12
210802: 일단 움직여보자  (1) 2021.08.02
210704: 시간삭제_왜?  (1) 202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