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0816: 자극

ziin 2021. 6. 5. 22:54

바닷가와의 궁합은 역시 그닥인가

사실 일기를 두 개 써야했는데,

밀리느라 두 개의 감정이 하나의 글에 들어가버릴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감정의 덩어리가 커서, 밀린 일기부터 차근히 써야겠다. 

 

 

# 자극 1 _ 만남

 

반성할 일이 하나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내 자신의 탐구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외부에서의 자극과 배움도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땅굴만 팠다. 늘 그랬던 일상에 늘 그런 것들만 반복하다보니 변할 수 있는 자극마저 없었다.

 

자극. 사실 굳이 노력해야 생기는 것. 그게 귀찮았나, 사실 나는 바뀌고 싶지 않았던가.

아무튼 매일 하는 것만, 만나는 사람만 유지하다가 요즘 새로운 자극들을 받았다. 생각의 분야와 관점도 조금 더 다양해졌다.

 

새내기시절, 무척이나 따랐던 언니오빠를 만났다.

고맙게도 언니가 연락을 먼저 해줘서 급만남이 성사되었다.

스물한살 이후로 사실 제대로 만난 적 없는 언니. 늘 똑똑하고 멋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언니는 멋지다. 무슨 일을 하던지 멋있는 사람은 여전히 멋지다.

 

직장인을 제대로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요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어쨌건 취준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들. 그게 아니더라도 나를 배려해서인지 직장 얘기는 크게 하지 않는 사람들만 만났다. 거의 아직 취준 중이거나, 막 취준을 벗어났거나 하는 사람들 뿐이다. 아예 이 취준 시기를 벗어나서 철저히 직장생활을 해가는 사람들만 만나, 그 얘기를 들으니 좋았다. 직장인으로서의 생활, 나아가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다른 가치관을 추구해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생각할 점과 배울 점이 많다.

 

요즘 내가 사람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거다. 늘 하는 얘기, 늘 똑같은 그런 얘기들. 도움이 되지도, 진전도 없는 그 대화들이 지겹고 무의미해서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모두 유익하니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마음에 집에 가는 길이 모처럼 허무하지 않았다.

 

명예욕이 큰 나는 비교적 돈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그렇지만 정말 돈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포기하지도 못하는 나.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선 어쨌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욕심은 있지만 방법은 모르는 바보같은 상태를 다시금 확인하고, 그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대강 느낀 하루. 

 

사실, 안 본지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연락을 해서 만난다. 사회초년생이. 순수히 반가운 마음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로서, 완벽히 친목도모를 위한 순수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좋았다. 어쨌든 나를 떠올려 연락해 시간을 만들고, 나를 위하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은 시간이라 그저 좋고 고마웠다. 이 사람들에게라면 나는 기꺼이 그들의 고객이, 실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걸까. 다행히도 나는 아직 취준생이라 논외 대상이다. 그래도, 앞으로 세상과 사람에 데고 깨져가면서도 이 마음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자극 2 _ 독서, Habit

 

사실 비교적 가장 쉬운 자극 방법이다. 독서.

주변 상황과 타인과 전혀 관계 없이, 오롯한 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종잇장 두께 수준의 의지가 어찌나 나풀대기만 하던지, e-book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줄창 하다가 겨우 읽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개 글을 읽고, 의지박약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 확신했다. 마침 학교 전자도서관에도 있는 책, 동생의 아이패드도 들고왔겠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그 어떤 에세이보다도, 가령 뭐 떡볶이가 어쨌거니, 곰돌이 푸는 행복하든지, 무례한 사람 어쩌고, 열심히 살 뻔 했는데 어쩌고, 아무튼 그런 자극적인 이름을 달고 나온 유행하는 에세이보다도 훨씬 나에게 실질적인 위로를 준 책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빡세게 살아봤자 의미 없으니 (포기하고) 편하게 살아가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분석과 심심한 위로와 공감, 그러지 않을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서 좋았다.

무작정 포기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지금 문제를 해결하며 원하는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 그런 자기개발서다. 그래서 좋았다.

 

초반의 내용에서, 내 얘기를 그대로 하는 걸 보고, 끝까지 읽어야겠다고 확신했다.

 

삶이란 어려운 결심의 연속일 뿐이다. 모든 날이 마치 첫날처럼 느껴질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의지력을 테스트해야 한다. 이렇게 관성에 저항하는 일은 고되고 막막하다. 그럴수록 스스로의 나약함만 발견할 것이다. 

 

과다하게 노력의 비용을 투입하는, 노력 중독자

 

자제력 점수가 낮았던 사람들은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와 상충하는 불편한 욕구를 수없이 느꼈고, 그것을 억누르려고 힘겹게 노력했다. 계속 유혹에 맞서 싸우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갈망과 불행한 줄다리기를 반복했다. 

 

3년 이상, 매일매일 헬스에 가면서도 정말 모든 날, 매일매일 힘들고 하기 싫다고 생각 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연아 선수는 스트레칭을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해'라고 했다. 그 차이점이 해결의 열쇠였다는 걸 책을 읽고서야 명확히 깨달았다.

 

공감을 토대로 끝까지 읽고 난 후 얻은 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어렴풋이 맞았다는 점, 과도히 측정하고 있는 노력의 가치,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약간의 불안감.

 

내 의지박약을 벗어나기 위해서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찾아나선 건(본가라든지) 책에서 말하는 습관 만드는 방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내가 얻은 점은, 의지와 노력이 모든 일의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이를 갈구하는 태도를 지양해야겠다는 것이다.

한정적인 속성의 의지와 노력을 삶의 중요한 것에만 사용하기 위해, 그 밖의 일들은 어느정도 자동화, 습관화를 해놓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내용이다.

우습게도 나는 지난 2년간 눈 뜨면서 눈 감을 때까지, 일상적인 것마저, 그것을 하기 위해서 의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한 끼 밥을 먹어도 가격, 칼로리, 맛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무언가를 참으려고 했다. 뭐 결과는 욕구에 굴복해버린 내 자신을 혐오하는 거다. 이렇게 하루를 채워가는 대부분의 활동엔 의지와 노력이 관여했다.

 

이걸, 초반에 조금만 노력해서 아예 습관화 시켜버리는 거다. 그 방법은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내가 할 수 있을지 사실 확신이 들지 않는다. 움켜쥔 삶을 내려놓는 순간, 습관이 기능할 것이라는데. 그 '초반에 조금만 노력'하는 것을 내가 완수할 수 있을지.

 

하지만, 나는 일단 시도해보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 서울 자취방에 올라가면 해보려고 한다.

언제까지 본가에 내려와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이곳도 그리 효율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걸 슬슬 느끼고 있다.

의지박약은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보다, 상황을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 자율성이 더 많은 건 아무래도 자취방. 물론 내가 가장 효율적인 상황은 타인과 함께하며 그 시선을 의식하며 해나가는 것이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따뜻하다. 이 변수를 이제서야 알아챈 나.

 

다시 한 번, 변화를 위해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노력중독자인걸까, 아니면 이번에는 정말 변화할 나의 그 모습을 위한 첫 걸음인걸까.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21: 짧은 근황  (0) 2021.06.05
200827: 반추용 희망 조각  (0) 2021.06.05
솔직한 자소서 (1) 성격의 장점  (0) 2021.06.05
200801: 대충 산다  (0) 2021.06.05
200723: Prima Donna  (0)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