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0827: 반추용 희망 조각

ziin 2021. 6. 5. 22:55

같이 마시고 싶은데 말 실수 하기 싫고, 혼자 마시고 싶은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생판 남이랑 술 마시고 싶다.

 

해도 안 될 거 같은 날들의 연속,

그래서 시도하고 싶지도 않은 날들의 연속,

 

그 연속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그마한 생각이 드는 순간을 굳이 기록하기 위함.

 

아무 일도, 아무 사건도 없었고 일어나지 않았지만

취미와 특기는 계획하기. 그 장점을 십 분 살렸더니 뭔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던 요즘, 이 죽이던 시간을 이젠 살려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사실 어제는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해봤자 안되고 영원히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하루

자포자기 수준으로 큰 생각과 기대 없이 썼던 MR 서류에 덜컥 붙고. 와중에 미묘한 합격률. 낮다고 하긴 합격자가 많고, 많다고 하기엔 떨어진 사람도 있고.

어쨌건 그렇게 무시하던 MR을 썼고, 전형을 준비해간다는 데에 있어서 무지 자존심이 상했다.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영업이라 커리어를 쌓아서 다른 분야에서 뭔갈 한다는 데에 있어서도 힘들고. 그렇다고 이거 하나 붙은 마당에 모른척 내버려둘 주제도 못되고.

하기 싫은데 이거밖에 할 게 없다는 느낌

 

-

 

배터리 산업에서 기획을 하고 싶었던 나는,

많이 뽑는 영업에서 비비려니까 계속 안 되더라.

폴란드에 배터리 recyling하는 작은 회사가 인턴을 뽑던데, 그냥 그걸 한 번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영어도 잘해야 하고, 공대를 선호하지만 어쨌던 지원은 해볼 수 있잖아. 폴란드라면 배터리 3사의 공장 대격돌의 요지. 보고 배울 게 좀 있을까.

생각해보면 전에 롯데케미칼 CSV모델 짜는 거 엄청 재밌던데. 이렇게 뭔가 좀 기획하는 일을, 시도해보면 안될까. 아직도 나에겐 모호한 영업의 영역보다는, recyling이 더 재밌을 거 같은데. 학력과 학벌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넘지 못했던 나는, 그래서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강민혁 멘토님 컨설팅에서는, 졸업을 고려한 내 나이는, 다소 늦어서,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하셨는데.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꼭 끼워맞춰서 살아야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것 처럼 하려고 하니까 더더욱 내 부족한 점만 보이는 거 같고. 의미없이 시간만 축내는 것 같고.

근데 또 하고 싶은 거 다 하기엔, 방황처럼 보이는 시간들과 넉넉치 못한 형편도 갑자기 생각나고.

서울의 세간살이와 전셋방도 생각나지만, 대수라고 생각하지 않을래 이건. 이런 것까지 다 고려하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쨌든 뭘 하고 싶다고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과 순간이 너무 오랜만이라, 간만에 엔돌핀 좀 돌아서 기쁘다. 그래서 이 순간을 남긴다. 언젠가 반추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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