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1121: 노력의 과대평가

ziin 2021. 6. 5. 22:57

 

요즘 아침/점심/저녁 고정. 6주째 맨날 먹어도 맛있는 거 실화일까. 얘네라도 좋으니 많이 먹고 싶다.

 

 

노력. 노력. 노오력.

노력 신봉자가 되어버리는 나는 젊은꼰대가 되어버린 듯 하다.

 

그런 노력 중독자도 성과 없는 노력에는 슬슬 지쳐가고.

성과에, 성공에 목말라 새로운 노력거리를 찾은 나는 진정 노력중독자, 이정도면 중증인 듯

 

운동을, 체중 감량을 노력의 목표로 잡기까지는 꽤 많은 이유가 있었다.

 

1. 외부요인의 개입 없이, 오로지 나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 내 노력이 의미 없는 취업 목표에 지쳤다.

2. 체중감량 최적의 시기. 삼시세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시간도 널널하고 애인도 없으니 방해물도 없고.

3. 요즘 사람 만나기 싫은데,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어서.

4. 30대 되면 체지방 빠지는 속도가 다르다던데, 그 전에 한 번 몸을 만들고 싶어서.

5. 요즘 좋아하는 옷 스타일이 깡말라야 예쁘게 입을 수 있는 것들이라

 

크게 이렇게 다섯 가지 이유로, 큰 맘 먹고 PT까지 끊어서 체중감량 노력 중.

60분 근력, 40분 유산소, 식단조절을 주 6회. 일요일은 헬스장이 쉬기도 하고, 근육 합성 날(!)

 

간만에 일상의 체크포인트가 생기니 활력이 돋는 듯 하다.

측정할 수 있는 것만이 관리가 가능하다는 경영학적 마인드를 통감 중. 몸무게가, 인바디라는 숫자가 존재하니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성과에 목마른 나에게 단비같은, 측정 가능한 숫자. 비록 8할이 스트레스의 원인이긴 하지만 매번 최근 13년 중 최저 몸무게를 갱신해 갈 때마다 2할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숫자.

 

간만에 정말 오롯이 내 의지로, 노력에 따라 결과가 변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니까 매일 운동과 식단에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마저 해내지 못하면 내 자신이 정말 구제 불가능할 수준으로 싫어질 것 같았다.

운동은 뭐 그냥 느그적 느그적 가는데, 초반에 식단은 다른 게 먹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먹고 나면 드는 자괴감이 너무 커서, 차라리 식단 지키고 배고픔에 괴로워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치팅에 먹는 음식조차 나는 불안해.

 

그렇게 6주차까지 해서 4kg 감량. 12주까지 10kg 감량 목표였는데, 남은 6주 더 열심히 해야 가능하겠는 걸?

그렇다면 할 일은? 노력이다. 노오력.

 

-

 

또 하나의 노력

 

나는 싫은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 관계도 잘 끊어내지 못한다.

정말 완벽한 회피형 유형으로, 연인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회피형인 나

 

상대방은 알아채지 못하는 불만 시그널을 내비친 후, 바뀌지 않는다면 잠수타며 사라진다는 회피형.

이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잠수타는 어이없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글에 꽤 많은 공감을 얻은 걸 보고, 아 이게 단순히 관계를 끝맺는 유형 중에 하나에 불과한 게 아니라 되게 별로인 거구나(!) 하고 깨닫고 개선을 위해 노력 시작.

 

지난날 꾸준히 나와 맞지 않는 친구를 참아왔다. 1년 간.

그 스트레스가 요즘 절정에 치닫아, 그냥 전처럼 조용히 소멸시킬까 고민하다가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의 첫 걸음으로 삼았다.

내가 힘들었던 부분, 고쳤으면 좋겠는 부분을 정리해 그 친구에게 직접 말한 게 그것.

싫은소리 할 상황을, 술도 마시지 않고, 카페에서 정면돌파했다.

손절을 각오하고 간 자리에서 생각보다 원만히 해결된 대화에서, 칼 뽑고 무만 썰다 온 거 같아서 기분이 머쓱하지만,

뭐, 일단 시작되었다 나의 노력. 여기에 의미를 두는 걸로.

 

-

 

수미쌍관도 아니고, 구태여 이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정말 이젠 내 길고 긴 노력의 성과를 보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사실 노력의 최대 단점은 이거다. 평소에는 지겹고 재미없다는 것.

내 케케묵은 오래된 단점은 끈기가 없는 건데, 요즘 내 최고 칭찬이 성실하게 끈기있게, 마음 먹은 일은 해낸다는 거다.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다.

오랜 취준 기간이 나에게 준 유일한 장점. 성실, 끈기(=맷집=존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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