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연말정산 (3) 정신상태

ziin 2021. 6. 5. 23:00

부라타치즈 학수고대하다 먹은 날

2020 연말정산

1. 소비

2. 인간관계

3. 정신상태

4. 목표와 성취, 도전에 관하여

5. 종합 2021년엔

 

1일 1정산하면 마감 맞출 수 있잖아?(찡긋)

 

 

[3] 정신상태

 

1. 고통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 말이죠

 

[예민], [민감]. 이런 단어랑 별로 친하지 않다. 저 단어들을 사용해서 내 자신을 표현해본 기억이 없다. 있다면 두피정도? 두피가 민감해 탈색을 하지 못해 아쉽다.

이 외로는 수더분한 피부타입에, 적당히 신체 건강하고, 특별한 위생관념을 가진 것도 아니라.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능글맞게 넘기는 처세술도 습득했고, 전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맞추는 타입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에도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몸의 이상징후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되도록이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지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이상징후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으리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 중에 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없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서, 남들 다 받는 스트레스를 당연히 받는 중이다. 말 그대로, 이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모습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나에게 일어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문제의 원인을 스트레스와 연결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도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적어도 한 개인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에 대해, 스트레스는 그 어디에 갖다 붙혀도 말이 된다. 그리고 그 이유만으로 용서가 되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게 싫다. 문제의 다양한 원인 중에서, 늘상 기본 옵션으로 딸려있는 얘에만 집중하면서 '어쩔 수 없다'라고 도피하는 느낌이다.

마치 그 어떤 병이든 이유는 스트레스, 치료법은 푹 쉬고 밀가루, 술, 담배 줄이고 약 잘 챙겨먹으라는 처방을 받는 느낌이랄까. 어떠한 변수 때문에 아픈 건지 알고 싶은데, 숨쉬듯 함께하는 스트레스 탓을 하면, 왜 나는 지금껏 괜찮다가 이제서야 아프냐구요. 의사선생님.

 

모든 일에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걷어내도, 그저 배경 정도로 치부하고 인식하지 않은채 넘겨도,

의사결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결정적인 요소들은 너무도 많다. 그래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한 친구가 너는 고통을 즐기는 타입인 거냐며 의아해했다.

친구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내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것은 일종의 자기합리화일 뿐. 고작 마음 좀 편해진다고 결국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뭘하든 받는 스트레스라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나의 답변에 친구는 굉장히 의아해했다.

 

나는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좀 무딜 뿐,

그저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할 뿐.

 

 

2. 풍선효과

 

그런데 이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치에 도달한 건가 싶다.

점점 내가 이상해진다.

 

누군가에게 팩트폭행하며 격렬하게 말싸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자주 든다.

나는 T형이다. 그리고 내 친구들은 대부분 F형. 본의아니게 F형의 사고방식과 그들과의 대화법을 마스터한 나는. 이젠 의미없는 '그래그래 많이 힘들었지'의 감정적 공감을 그만두고 '니가 이래서 그 모양이니까 반성하고 노력하자'라는 현실을 일깨우는 팩폭을 해주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폭력. 내 삐딱한 감정 해소를 위해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으니. 그리고 내가 뭐라고 남을 판단하고 조언할까.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유 모를 짜증과 화가 늘어난다. 작고 사소한 일에 큰 분노를 느끼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낯설다. 묻지마폭행과 묻지마살인이 살며시 이해된다고 하면 내가 싸이코패스인걸까. 그냥, 지금 내가 짜증이 나는데, 앞에 사람이 있었을 뿐인 거다.

 

동생과의 대화를 통해, 이게 내 스트레스의 한계치에 도달해간다는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남탓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문제의 원인은 나고, 해결 방법도 나다.

원인은 차지하고서라도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남탓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을, 상황을 탓한다면 내 잘못이 아니니 마음이야 좀 편해지겠다만은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핑계에 불과해진다.

그 모든 건 결국 나의 행동과 선택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무언가 탓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원망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니까.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낸 내 자신이 문제이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 뿐이니까.

그래서 내 자신을 반성하고 해결책을 계속 강구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 자신에 대한 화가, 원망이 계속 쌓인다. 하지만 이건 나의 것. 오롯한 나만의 것이 딱히 표출되거나 해방될 방법 없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엉뚱한 데로 튄다.

그토록 운동하고 식단조절했던 것이 무색하게, 코로나로 헬스장이 쉼과 동시에 나는 폭식증이 의심될 정도로 먹어치운다. 하루에 3000kcal는 기본. 탄수화물과 당, 지방을 미친듯이 우겨넣는다. 먹다가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살찔 게 걱정되면 게워낸다. 그리고 다시 채워넣는다. 무한반복.

지금은 (다 사버려서) 나아졌지만, 뭔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사기 전까지 하루 종일 계속 생각하며 고민만 오조오억번 한다. 대부분 화려한 옷. Tag를 언제 뗄 수 있을지 모를 옷들인데도 불구하고, 수입이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눈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그걸 살까 말까 고민한다.

 

끼워맞추기 식의 해석일 수 있다는 거, 나도 인정한다. 그저 내 이상징후의 원인을, 지금까지의 그 의사들이 그랬듯, 스트레스라고 일단락 지으면 대충 논리적으로 말이 되니까. 그렇게 결론 짓고 끝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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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및 다짐

 

연말정산 키워드, 사실 저 5개의 주제는 아무런 고민 없이 막바로 선정되었다.

그만큼이나 나도 내 정신상태에 대해 은연중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듯 하다.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화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그러면 내 스트레스 인식 및 관리법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직빵이긴 하지만. 이토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내 삶에서 마지막은 아닐 거 같아서. 소소한 관리법을 만들어 두어야 문제 해결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 관리법이라,

바로 글이 써지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겐 조금 막막한 주제인가보다.

 

예전엔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을 만나거나, 폭식을 했었던 것 같다.

맞네, 근데 요즘 나 사람 만나질 않으니. 폭식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구나. 계속되는 폭식은 은연중에 나름대로 스트레스 관리하는 거였나?(끼워맞추기)

 

위 방법들이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건 지금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운동, 지난 4년동안 운동 자체가 즐거운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살을 빼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었다. 운동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나는 아직도 신기하다.

여행, 다른 어딘가를 간다는 것의 목적을 찾을 수 없어서 나는 여행이 참 어렵다. 장소부터 정할 수 없달까. 스트레스 해소의 목적이라고 해도 대체 어딜, 왜 하필 거길 가야하지? 굳이 거기서 뭘 해야하지? 

 

남들이 한다는 것들도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취미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런데 아직 사회에 자리잡지도 못한 나에겐 여러모로 사치가 아닐까.

 

그저,

나는 자기개발. 조금 더 유능하고 멋진 내가 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자기개발의 요소를 스트레스 관리에 활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는 또 목표 달성이라는 이성적인 부분을 위해 나의 감정과 정신상태에 대한 투자를 미룬다.

분명 이 내용, 2년 전 상담 때 들었던 내용인 것 같은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가. 조금 충격적인데.

 

사실 이렇게 글을 끝내고. 취업하고 나서, 라며 다시 한 번 미루려고 했다.

그렇다고 내년부터 차근히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봐야지. 라고 그저 쉽게 쓰고 끝낸다면 지금껏 쓴 글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취업 후로 미루기엔 나는 나아가지 못한 채 결국 그대로인 사람이고, 바로 시작하기엔 자신이 없다.

 

그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지. 내가 뭘 하면 기분이 좋은지부터 알아가며, 작게라도 최대한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보는 2021년을 보내기로 한다. 더이상 멈춰있을 수는 없다. 더 나은 내 자신을 위해 용기낼 한 해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