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0512: 아무리 달려도 바깥 풍경이 변하지 않는다

ziin 2021. 6. 5. 22:46

일기를 쓰고 싶었다.
블로그형식이 제일 손이 갔다.
지인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은데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이상한 관종스러운 마음에 선택한 구글 블로그.
솔직히 네이버 블로그가 사용하기도 더 편하고 레이아웃도 더 예쁜데, 많은 지인들과 이웃이기에 불가피한 선택

그렇다,
솔직한 마음으로 땅굴을 파며 우울을 곱씹을 예정이라,
근데 또 이런 부정적인 모습, 안되는 모습들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또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싶어. 이상하다.

18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4시즌, 2년 째 취업 준비 중이다.
아무리 달려도 바깥 풍경이 변하지 않는다.

2년째 거절만 당하는 나날은 퍽 즐겁지 않다.
나는 자신의 업무적 능력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이 자신감과 자존감의 원천인 사람. 내 자신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요즈음, 퍽 즐겁지 않다.
아직 너의 진가를 못 알아 본 거야, 라는 지인의 위로도 이젠 삐딱하게 들린다. 내 진가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이며, 설사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원래 이정도인 걸 바보같이 오만했던 나는 이제야 알아챈 게 아닐까.
이상과 현실의 아득한 간격을 사알 체감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나는 그 누구의 그 어떤 위로도 와닿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항상 무언가를 위해 노력했던 거 같은데. 남보다는 열심히 살았던 거 같은데. 방향성도 매번 체크했던 거 같은데.
비교했던 남들을 더 높게 설정했어야 하는 걸까.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할 때가 온 걸까. '나는'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과 애매한 노력들을 이젠 그칠 때가 된 걸까

생각해보니 웃긴다. 진짜 내 노력은 애매하다
측정 불가능하며 전문적이지도 않아 뭐라 평가할 수 없는 그런 애매한 노력들만 한다. 
혼자서 인터넷 구글링하며 찾고 공부한 산업공부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꽉 채우지도 못하고 헐렁했던 4년의 노력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한 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바깥 풍경이 바뀌지 않는 걸까
뭔가를 계속 채워가는 것 같은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행동과 생각할 수 있는 방향성이 B급이라서일까.
회심의 인턴은, 사실 회사 이름만 괜찮았을 뿐 업무가 별로였다는 사실을, 갑자기 쏟아지듯 나온 공고들에 물경력이 될 게 뻔하다는 사실을, 분명 지원하고 다닐 때는 알고 있었는데 퇴사하고 자소서를 제출하는 아까까지 잊었다.
어쨌건 나는 고생을 했고 일을 했다는, 사실 어떻게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것에 심취해서 난 대단한 일을 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나보다.

늘 뭔가를 했는데 막상 보면 한 게 없다. 시간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이것도 오만한 착각이었을까.
한 게 없는데 늘 뭔가를 했다는 자만감에 취해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노력을 게을리한다.
결과물도 없는데 자만심만 가득하다. 최악이네

앞으로 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까.
만족을 모르는 나 자신이 어느정도 타협하고 포기해야 바깥 풍경이 변할까.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제일 싫은데, 요즘 좀 편하고 싶다.

근데 이것도 배부른 소리일 수도, 이렇게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이 있었을까.
그저 숨쉬는 것이 하루의 전부인데도 편하고 싶다니. 근성이 썩었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이래서, 바깥 풍경이 변하지 않나보다. 애초에 '아무리' 달렸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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