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30503: 아무런 생각이 없다

ziin 2023. 5. 4. 00:47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난 4월,
생일에 가족여행에 이래저래 일정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무런 생각 없이 현실(의 안주)에 충실하기만 했던 한 달


4/1, 선유도 공원

Q. 다음주의 비소식이 의미하는 바는?
A. 이번 주말까지만 벚꽃이 생존한다
 
대한국민들은 모두가 아는 그 정답
이미 예상되는 인파를 피해 선유도로 아침일찍 벚꽃구경 (성공!)
선임님이 극찬하던 김밥처럼 김밥도 먹고, 애견카페 가서 강아지도 구경하고
드디어 따릉이 6개월 정기권을 결제함으로써 6개월 한정 찬란한 따릉이 LIFE도 펼쳐질 예정
 

4/5, 압구정 페어링룸

작년 생일부터 노래를 부르던 목걸이, 드디어 올해 선물로 등장
샤넬은 포기하고,, 살 수 있는 브랜드들로 시착해 본 결과 구찌의 귀여운 목걸이를 선물받았다. 고마워!
 
당일 저녁식사는 압구정 페어링룸에서! 멜팅샵 상위호환 버전인 건 예약하고 나서 알았다.
이것저것 퓨전요리들을 먹었지만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음ㅜ
바로 전 날 회사 회식도 있었고.. (아마) 감기가 몇 주째 지독해서 컨디션 제로였다
추위에 떨고 비 맞으며 집에 겨우 도착해 촛불 불고 바로 기절
 

4/6~8, 여수 가족여행

동생이 회사 리조트에 당첨되어 다녀온 급 가족여행
사실 남자친구와 동일 날짜에 동일 지역으로 여행 잡고 숙소 예약까지 다 마쳐놓은 상태였지만,,
부모님이 신나하시는 모습에 차마.... 기존 여행 취소하고 가족여행으로 여수에 다녀왔다
 
날씨가 끝내주게 맑았던 여수
바닷가라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Don't matter!
간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되돌아보면 또 사소한 것들로 불퉁댄 내 자신이 후회스럽다
다음 여행에는 웃음만, 즐거움만 드리고 와야지
 

4/10, 광화문 쿠차라

인스타로만 근황을 확인하던 대학 동기가 알고보니 도보 15분 거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면?
만남을 참을 수 없어 점심시간에 만나버렸다.
 
짧디 짧은 1시간동안 지난 5년의 근황토크를 끝내기엔 역시나 턱없이 부족했다
비록 저 부리또볼에서 고수맛이 은은했지만 참을 만 했어..
그래도 오랜만에 본 동기가 잘 지내고 있다니 좋아.
깜짝 생일선물에 깜찍한 편지까지 받아서 감동스러웠던 하루
 

4/15, 서울대입구 초이다이닝 / 산골

전날 퇴근하고 스즈메의 문단속 봤었다
신카이마코토... 역시나 스토리라인은 마음에 안 들지만 색감.구도.영상미가 돌아버려
간만에 일본 애니 영화 특유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에는 상담을 재개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했었으나...
역시나 예상했듯이 회사에서 상담 연장 승인이 안 나서 (거부 아님. 그냥 일 처리가 끝나지 않아 연장 가능 여부 미정) 당일 상담 파토
그래... 다른 회사의 평균 일처리 속도 수준으로 뭔가 될 리가 없지.. 그럴 줄 알았음 ^^
 
그래서 조금 일찍 만나 먹고 싶었던 후토마끼 먹었다
근본인 연어 후토마끼 먹고 싶었으나 트러플 소스가 들어간다길래 육회로 변경
그렇지만 먼가 10% 정도는 부족한 맛.. 그래서 아직도 후토마끼가 먹고 싶어
 
저녁으로는 요즘 제일 핫한 이모카세 산골에 방문
어중간한 4시쯤 도착했는데도 1시간 대기 후 입장했다 (그나마 금방 들어간 편)
근데 대체 왜 여기 유명해진 거지? 차라리 청량리 고향집에 가주세요 제발
아니 동대문구 맛집을 능가하는 곳을 찾기가 왜이리 힘들지.. 다시 회기해야 하나
 

4/17, 광화문 뚝감

뭘 해도 야물딱진 내 동생은
블로그 글마저 얼마나 야무졌는지 대기업 브랜드 품평회에 초청당해버렸다;
 
간만에 서울행에 회사 근처에서 같이 저녁식사
혹시나 싶어 던져보았던 감자탕 맛집 뚝감에서 만족스런 저녁식사를 마치고 투썸에서 수다 삼매경
대화는 늘 그랬듯 의식의 흐름을 빙자한 세상만사 모든 이야기
 

4/19~20, 가평

친구커플 휴무일에 맞추어 번개 가평여행
나는 외근/재택, 남자친구는 2일 휴가 처방하고 호다닥 가평으로 달려갔다
여차저차 멘탈이 갈릴 대로 갈린 우리 둘에겐 일상 탈출이 시급했어서, 덥석 물어버린 번개 여행 제안
 
근무하다가 급히 달려간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풍성 그 잡채인 음식 준비에, 세심한 준비에, 깜짝 생일파티에 즐겁기만 했던 여행
대접 받고 온다는 느낌마저 들어버린 우리는, 다음엔 우리가 주도적으로 준비해 계곡에 놀러가기로 다짐했다
 

4/21, 집들이

이사하고 첫 집들이
알고보니 친구네 회사가 우리집 도보 15분이더라고?
겸사겸사 만남을 추진하다가 급 집들이로 스케일이 커졌다
 
급하게 손님맞이를 하려보니 엉성하게나마 준비한 손님상
퇴근 후 바로 친구들이 오다보니 출근 전에 재료손질을 다 해두느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알배추찜과 사리곰탕떡볶이는 다행히도 비주얼보다는 맛이 더 좋았다.
집들이 선물들 덕분에 조금 더 오늘의집 스러워진 마이 홈
 

4/21, 마곡 파우스트

요즘 그렇게 연극에 미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체 그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거금 주고 예매한 연극, 파우스트
 
제대로 즐기려면 원작을 미리 읽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현생에 바빠 그정도 준비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고전 내용이다보니 이해가 쉬운 편은 아니었다
 
아 시바 기훈이형!!!의 박해수님 연기 잘 하시더라, 그 많은 대사를 어찌 외우시는 걸까
하지만 나는 차라리 뮤지컬, 아님 영화 파. 연극의 감성이 난 좀 어색해
 

4/28, 잠실구장

몇 없는 회사 복지 중에 스포츠 예매가 있다
관계사로 해서 최대 4장까지 잠실구장 예매가 가능!
그래서 호다닥 예매하고 친구네 커플과 간만에 야구 직관 하고 왔다
 
블루석 중에서도 시야 제일 좋은 데로 잡았더니
야구 볼 줄 아시는 두 남자분이 매우 만족해하셔서 뿌듯!
비가 너무 많이 와서 9회초 동점에 나와버렸다
곱창집에서 티비로 본 연장전 결과는 우리팀 승리!!
 
최근 3일 간 접대석식에 번개석식에,,
이미 술에 절여졌던 나는 결국 7만원을 택시비로 길거리에 뿌리며 겨우 귀가해서.. 패배..
 


 

왜 생각이 없었을까

바쁜 것도 바쁜 것이였지만, 아무 생각 없이 현실에 안주한 이유는 따로 있다.
 
1. 방향성 상실
 
상반기 서류 ALL 탈락
말그대로 광탈한 이후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하반기엔, 내년엔, 신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어학점수 보완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봐도 NO다
그렇다면 이젠 정말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인데
경력이직 or 내부 조직 이동 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도 가득하다
현재 경력을 살려야하는 방법들의 마지막엔 과연 배터리/EV로 닿을 수 있을까
 
아니 이젠 그냥 20대의 강렬했던 목표 정도로 이 아집을 갈무리하고 추억에 묻은 채
 '되는 일'을 찾아서 흘러가야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된다고 되뇌었던 그 중꺾마도 약발이 다 했고
나도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 생각 하지 않았더니 이렇게 사는 게 무료하고 쉽다
다른 사람들은 이래서 취업하면 심심하다고 한 걸까? 이제서야 공감
매일매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사는 게 참 쉽고 무료하다
 
2. 전세보증보험 이슈
 
보증보험을 차일피일 핑계대며 미루기만 하고 들어주질 않는다
차라리 내가 들고 통보하면 좋으련만 그게 불가능한 집이라서 그저 매달리고만 있다
전세사기가 뻥뻥 터지는 요즈음, 완벽히 완벽한 전세집이 아닌지라 불안하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 불안해하셔서 사실 그게 더 스트레스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재촉 뿐
제대로 요구하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호구는
그저 매일 전화하며 귀찮게 졸라대기라도 해야 했다
 
매일 핑계대며 어물쩍 넘기려는 관리사무소와
어떻게든 확실한 날짜와 상황을 약속받으며 재촉하는 나와
입씨름이 반복되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라.. 현재 최우선순위긴 하다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빚져 들어온 전세라, 고스란히 빚이 되버린다면 삶이 꽤 많이 고달파질 것 같다
 


고민을 얼추 마무리하고
행동으로 어서 옮겨야 하는데
 
나는 아직 용기가 없나보다
마무리 할, 마무리 하지 않을 용기
 
하지만 이제는
결정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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